2026년 7월, 한국 증시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의 주식을 개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장면인데요. '애국기업 지키기'라는 이름으로 확산된 이 현상의 배경과 주요 사례, 그리고 투자 시 주의할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핵심부터 짚자면, 한국거래소가 7월 1일부터 코스피 상장 유지 기준을 크게 높이면서 일부 중소기업이 갑자기 퇴출 대상에 포함되었고, 여기에 반발한 개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입니다.
코스피 상장 기준, 무엇이 바뀌었나
2026년 7월 1일부터 코스피 상장 유지에 필요한 시가총액 기준이 기존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상향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주가 1,000원 미만이 30거래일 이상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동전주 퇴출' 기준도 새로 도입되었죠. 자본잠식 심사 요건도 반기 기준으로 강화되어, 기존에 안정권이었던 기업들도 갑자기 위험선 아래로 내려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로 한성기업과 모나미 같은 기업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애국기업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한성기업: 크래미 회사가 애국기업이라 불린 이유
한성기업은 많은 분이 '크래미'라는 제품명으로 기억하는 수산식품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특별히 주목받은 데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음악회를 약 25년간 후원해온 이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국방과 안보에 대한 장기적 후원 활동이 시장에서 '애국기업' 이미지로 연결된 거죠.
흥미로운 점은, 한성기업이 홈페이지에 국산 원료뿐 아니라 수입산 원재료도 함께 사용한다는 사실을 공지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솔직한 태도를 시장에서 '정직하다'고 평가하면서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주가 흐름을 보면 변화가 극적입니다. 6월 말 4,000원대에 머물던 주식이 7월 15일에는 14,000원대를 넘겼고, 이 기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시가총액도 약 900억 원대까지 올라서면서 상장 유지 기준 300억 원은 충분히 넘기게 되었죠. 다만 상승이 가팔랐던 탓에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되었고, 7월 16일에는 하루 동안 매매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모나미: 2019년 불매운동의 기억이 되살아나다
한성기업 열풍이 이어지자 관심은 자연스럽게 모나미로 옮겨갔습니다. 모나미는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당시 국산 필기구를 찾는 소비자들 덕분에 불매운동 수혜주로 주목받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 주가가 약 한 달 만에 2,500원대에서 8,950원대까지 오른 적도 있었죠.
여기에 모나미의 독도 관련 제품 수익금 기부, 독립유공자 후손 후원, 독립운동가 에디션 출시 등이 알려지면서 '역사·경제주권' 차원의 애국 기업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송재화 대표가 홈페이지에 자필 감사 글을 올리며 "깊은 감동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것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모나미의 시가총액은 5월 한때 248억 원까지 내려간 상태였는데,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가 이어지면서 7월 중에는 5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7월 초 2,000원대이던 주식은 중순을 넘기며 3,400원대까지 올랐고, 3거래일 연속 17~26%대 급등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에넥스까지 확산된 '애국 투자' 열풍
이 현상은 한성기업과 모나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50년 전통의 토종 가구 기업인 에넥스까지 관심이 확산되면서 상한가를 기록하는 사례가 나타났는데요. 에넥스는 아동 보육시설과 사회복지기관에 가구와 식기를 후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신개념 주주 행동주의'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불매운동이나 국산 제품 구매로 소비 단계에서의 애국심을 표현했다면, 이제는 주식 매수를 통해 기업의 소유권까지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발전했다는 거죠. 기업이 정직하게 수입산 원재료 사용을 밝혀도 주가가 오른 사례는, 단순한 감정적 투자와는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열풍의 이면: 주의해야 할 점들
애국심에 기반한 주가 상승에는 분명히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온라인 여론과 단기 유동성에 의존한 급등이기 때문에 매수세가 꺾이면 그만큼 빠르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실적이나 성장성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승은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실제로 과열 징후가 나타나면 투자경고종목 지정, 매매 거래정지 같은 규제 조치가 적용됩니다. 한성기업의 7월 16일 거래정지 사례가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규제 조치가 나온 뒤에도 폭등이 계속되면 추가적인 제한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9년 모나미 사례를 돌아봐도, 당시 급등 이후 주가는 결국 상당 폭 조정을 겪었습니다. 애국 테마주라는 성격 자체가 특정 시기의 사회적 분위기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바뀌면 수급도 빠르게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국기업을 지키려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라는 행위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매수 전에 해당 기업의 실제 재무 상태와 사업 전망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가가 오른 이유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내가 왜 이 주식을 사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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